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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 자체가 한강 작가님에게는 너무나 죄송하지만,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연설과 히틀러가 유태인에 대한 적대시를 분명히 한 1922년 뮌헨 연설을 비교하고 싶어졌다. 두 연설은 각각 사랑과 폭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연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계는 두 연설에 담긴 문장의 감성을 어떻게 읽어낼까 궁금했다. 아래 그림에서 흰 선은 작가님 연설 감성의 평균적 흐름이고, 분홍색은 히틀러의 평균적 흐름이다. 두 연설 모두 문장 수가 거의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각 점은 각 문장의 실체 측정값을 의미한다. 양의 값은 긍정적 정서, 음은 부정적 정서다. 분석은 Rinker(2021)의 sentimentr R 패키지를 활용했다.
놀라운 점은 두 연설의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으면서 긍정적 언어와 부정적 언어가 반복적으로 배치되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단어가 적절하게 반복 배치되면서 말의 정서가 큰 흔들림 없이 힘을 가지고 전달되고 있다. 차이는 작가님의 연설은 일상의 평이한 내용에서 역사의 깊은 아픔의 내용을 담다가 다시 긍정성을 회복하고 있다면, 히틀러의 연설은 부정적 상황인식에서 긍정적 내용(주로, 민족적 우월성 등)이 나타나다가 적대적인 대상(유대인)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설의 기술적 측면으로만 보자면 히틀러도 달변가였던 것이다. 데이터로 포착되는 패턴은 미묘하지만, 그 속을 보면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예술가와 폭력과 갈등을 촉발하는 선동꾼의 말의 차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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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연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12월 3일 밤, 온 나라를 혼돈에 빠트린 그 말을 함께 분석해 보았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이다. 우선 문장이 30개가 되지 않아서 짧다. 화자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기계가 읽은 정서의 흐름도 매우 독특하다. 시종일관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다가, 말미에 자신의 각오를 다루는 긍정적인 이야기 몇 마디를 하고 끝냈다. 같은 갈등의 말인 히틀러 연설과 내용을 비교하기 위해서 두 연설에서 가장 부정적인 문장과 적대적 대상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면서 가장 부정적인 문장을 비교했다. 먼저 히틀러의 경우다.
[최고부정]
“오늘날 독일은 외부 세계에 의해 완전한 패배를 경험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모든 활력을 잃고 더 이상 어떠한 신념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대적 대상이 언급된 최고부정]
“마침내, 우리는 대규모로 우리 사회에 스며든 위험을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비록, 수백만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끌 위험, 그것은 바로 유대인이라는 위험입니다.”
계엄 선언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최고부정]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중략)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적대적 대상이 언급된 최고부정]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중략)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히틀러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정치인의 연설로만 놓고 보았을 때, 이런 거칠고 과장된 단어의 나열이 과연 2024년의 민주주의 국가의 대국민 연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을 생각하는 그 어떤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나 정확한 맥락 제시도 없이 그저 단어를 이어붙이는 성능이 의심스러운 문장 완성 어플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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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연설에서 가장 부정적 정서가 강한 것으로 측정된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정반대이다. 기계는 아직 작가님을 읽지 못한다.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삶과 세계를 거부할 수는 없다.”
회의감과 부정적 마음으로 내내 마음이 스산했던 12월이었지만, 일견 부정적으로 보이는 단어의 배열로 가장 빛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말에 전류가 통하는 듯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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