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방에 지도를 자주 붙여두는 것을 좋아했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땐 그 편안함의 이유를 잘 몰랐는데, 아마도 지도가 드러내는 어떤 유구함과 같은 것이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연은 인간 따위는 필요 없으면 버려지는 풀로 만든 강아지 정도로 여긴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때론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공포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나 또한 자연 질서의 일부라는 침착한 마음도 가져온다. 스피노자가 말한 것처럼 나의 삶이 거대한 필연성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조급함이나 미움 같은 슬픔의 감정은 옅어지게 된다. 어쩌면 어릴 적 지도는 나에게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도를 좋아했던 습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성사진 분석은 재미있다. 우리의 삶을 내가 관찰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에서 바라본다는 매력이 있다. 이런 큰 땅덩이(그것조차도 우주에 비하면 티끌도 아니겠으나)에 작은 먼지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 삶이 그래서 어딘가 위태위태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며칠 연달아 쉬는 날이라 데이터 분석 연습도 할 겸, 나무, 구조물, 일산화탄소 배출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위성사진을 수집해서 가공을 했다. 5시 방향의 그림은 읍면동 수준에서 각 값을 취합해서 분석한 결과 가운데 하나인데, 나무 분포와 구조물 분포의 관련성을 제시했다. 왼쪽은 전국 5000여 개 읍면동, 오른쪽은 서울만 따로 추린 결과다. 당연히 두 지표는 높은 부적 상관을 가질 것이다. 서울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나무 없이 건물만 가득한 지역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좌상단에 대부분의 동이 몰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작업은 환경, 인문사회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를 추가해서 어떤 패턴들을 발견해 보는 것이다. 작은 다락방 한쪽에 지도를 붙여놓고 가고 싶은 곳을 동그라미 치면서 놀았던 초등학교 때 나에 비해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그때의 설레는 마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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