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 아재 인증이지만 나는 어릴 적에 뱀주사위놀이를 좋아했다. 아마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보드 게임 가운데 가장 간단한 장르 가운데 하나가 주사위를 돌아가며 던지면서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형태인 dice & racing 방식이다. 윷놀이도 이와 비슷한데, 대신 몇 가지 의사결정 요소와 상호 견제가 가능한 경쟁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 전략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뱀주사위놀이는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좋은 이벤트(어르신 돕기, 공부해서 박사되기)와 뒤로 후퇴하는 나쁜 이벤트(나무를 괴롭히는 행동, 다양한 공중도덕 위반)가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가장 큰 폭의 전진을 이룰 수 있는 이벤트는 “간첩신고”였고, 반대로 큰 폭의 후퇴가 있는 이벤트는 불장난이나 성희롱 같은 것으로 기억한다. 게임이지만 다분히 시대적 상황에 따른 교육 목적에 종사하는 주제를 지니고 있었다.
뱀주사위놀이의 진행은 일종의 확률적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요즘 뱀주사위놀이를 그리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포착할 수 있는 생애사의 다양한 경로를 확률적 모형으로 관찰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보고 싶은 상태를 정의하고, 히든 마르코프 모형을 활용해서 상태 간 전이 확률을 구하는 일이다. 나의 주요 관심은 구한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크게 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어떤 데이터에서 나타난 고용 이력의 이전 양상에 대한 추정 결과를 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뱀주사위놀이를 하던 어릴 적 친구들이 곁에 없다는 생각에 어딘가 쓸쓸함도 있지만, 분석 결과를 보면서 뱀주사위놀이를 하면서 느꼈던 몽글몽글한 느낌(마치, 하나의 인생을 살아본 것 같은)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밤이다. 아이는 늙었지만, 30원짜리 보드게임 위로 출렁이던 파릇한 희노애락의 물결은 아직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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