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축약과 신비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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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의 탐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하나는 나무에서 시작해서 숲을 보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숲에서 시작해서 나무로 관찰 단위를 옮기는 방식이다. 우리집 꼬마는 신비아파트와 관련해서 전자의 방식으로 나보다 관찰 경험이 많다. 어떤 귀신이 언제 방영되었고, 사연이 무엇이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

현상 관찰에서 꼬마보다 후발 주자인 나는 숲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출연한 귀신들의 특징을 유형(악귀, 원귀 등), 사망원인(사고사, 자살, 자연사 등), 사건발생 장소(교육시설, 주거시설, 보건복지 시설 등), 능력(이동술, 변환, 공간조작 등), 사망 이전의 인구학적 특성(아동청소년, 성인 등)으로 “분해”하고 이들 특징 간 어떤 일정한 관련 법칙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 이는 “차원축약”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위 그림은 그와 같은 차원 축약의 한 결과이다. 분석 기법은 다중대응분석을 활용했다. 평면에 표현했기 때문에 차원 두 가지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차원은 전체 특성을 1/4 정도 설명한다. 설명 수준이 크다고 보기는 일단 어렵다. 분석에 포함된 귀신들의 특징이 관련성이 높은 경우는 공간적으로 가깝게 위치하도록 그렸다. 아울러 귀신도 해당 특성과 유사성이 높은 경우 거리상 가깝게 표현했다.

현재까지 분석 결과는 중앙에 각 특성이 조밀하게 밀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귀신의 각 특성이 일정한 법칙하에 부여된 것이 아니라 혼재되어 있다는 시사를 준다. 다만, 외곽에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특징들은 일정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시 방향의 “스피드”와 “이동술”은 서로 공통되게 관측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다. 4시 방향의 “자살”, “염동력”, “사물변환” 또한 관련성이 높은 특징으로 포착되었다.

요약하면, 현재까지의 관찰로 신비아파트의 귀신 특성 간에 어떤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일부 귀신 능력을 중심으로 관련성이 포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살 경험과 염동력, 사물변환 능력 간에 어떤 연관 구조가 있는지, 혹은 우연에 의한 것인지 추가적인 케이스 검토가 필요하다.

숲에서 시작해서 우리집 꼬마보다 신비아파트 귀신을 더 잘 이해하겠다는 시도는 일단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신비아파트의 귀신이 좀 더 체계적인 세계관 하에서 등장했다면 나의 작업이 좀 더 수월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현상에 대한 관심과 그로 인한 이해는 알고리듬으로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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